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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간이 남으면 뭐 하냐고 물으면

시간이 남으면 뭐 하세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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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간이 남으면 뭐 하세요?

저는 일단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. 딱히 계획이 있어서는 아니고, 남는 시간이 생기면 몸이 먼저 책상으로 가요. 그리고 뭔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.

만든 것보다 만들다 만 것이 훨씬 많습니다. 70% 정도 완성된 것들만 잔뜩 쌓여 있어요. 최종 검수하고 출시하는 건 여전히 제 몫이라서요.

AI 덕분에 생각에서 구현까지는 정말 빨라졌죠. 그런데 사실은 50~80%짜리 미완성품만 더빨리 쌓이고 있더군요.

리드호프만이 그랬죠. 첫 제품이 부끄럽지 않다면 출시를 너무 늦게 한 거라고. 저는 나름 완성도를 높였는데도 너무 부끄럽더라고요..

어차피 부끄러울 거라면 빨리라도 내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, 그 교훈을 얻고도 여전히 폴더에만 쌓아둡니다.

플레이스토어는 개발자 계정만 만들고 앱 등록을 안 했더니 계정 삭제 대상이라는 메일이 날아온 적도 있습니다.. 부랴부랴 밀린 앱들을 하나씩 올리는 중

그런데

왜 계속 만드는지 스스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. 돈을 벌려고 만드는 것도 맞아요. 그건 부정하지 않으려고요.

다만 저를 다시 앉히는 건 매번 돈이 아니었습니다. 제가 만든 것에 공감해주는 사람, 그걸 실제로 써주는 사람. 그쪽이 훨씬 오래 남더라고요.

동네에 등록하기 어려운 수영장이 하나 있어요. 결원이 생기면 알림을 주는 작은 도구를 만들어뒀습니다. 한 번은 늦게 확인해서 놓쳤고, 그다음엔 바로 신청해서 등록했습니다.

요즘 Claude Code 로 이런 작은 도구들을 하나씩 만들어 실생활에 적용해보고 있는데 꽤 유용하네요.

그 도구를 쓰는 사람은 저 하나뿐이에요. 그래도 그날은 꽤 뿌듯하더라고요.

제가 만든 앱에 첫 문의가 들어온 날도 기억납니다. 누군가 제 앱을 직접 써보고 문의까지 남겼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, 바로 버그를 고치고 새 버전 심사를 요청했습니다.

심장이 두근두근..

반대인 적도 있습니다. 제가 만든 걸 제가 쓰는 것이 가장 큰 동기였던 앱이 있어요. 이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필요한 기능을 가득 담아 만들었습니다.

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정작 저부터 쓰지 않게 되더군요. 한참을 그대로 방치해뒀어요.

이번에는 기능을 다 덜어내고 딱 하나만 남겨서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. 제가 안 쓰는 앱은 되도록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.

도구는 계속 늘어나고 선택지도 많아졌죠. 그러다 보니 무엇을 쓰고 있는지는 선명한데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는 자꾸 흐려집니다.

한동안은 너무 많은 것들을 한 번에 붙잡고 있었습니다. 이제는 하는 일의 가짓수를 조금 줄여보려고 해요. 욕심을 덜어내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네요.

만드는 능력보다 성장시키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요즘 자주 느낍니다. 잘 만들어놔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면 그건 그냥 제 폴더 안의 파일입니다.

마케팅 없이도 누군가 필요해서 검색하고 써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순진한 얘기일지도요. 그래도 그 한 명 때문에 아직 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.

멋진 직함이나 스톡옵션보다 그냥 키보드 치면서 만드는 게 더 재밌기도 하고요. 제가 제일 힘들어하는 게 가만히 있는 거라서 계속 뭐라도 하고 있어요.

그래서 오늘도 만들다 만 것을 하나 더 만들다 말았습니다.. 사부작 사부작 다들 시간이 남으면 뭐 하시나요?